세상을 보는 눈

초록의 공명이 보낸 글 모음 12월9일부터 2월11일까지

단재21 2010. 2. 16. 19:48

어찌 이곳을 흐트리려 합니까 2

 

낙동강에서 가장 수변 숲이 아른다운 이곳에 나무를 베는 일이 시작되었습니다.
저는 나날이 강가에 나가.... 소리없이 스러지는 나무들을 바라보면서 제가 사랑했고
머물렀던 세계의 한부분이 무너지고 있음을 참혹하고 당황한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습니다.

 

눈에서는 멀어졌지만 마음의 눈이 감기지 않아 밤새 뒤척이다가 자리에서 일어나 남아있는 시간 동안 제가 할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고민하며 밤을 세워 영상물을 만들었습니다. 위 화면을 클릭하여 주시고 이 영상물을 옮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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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지난 한 달 동안 이곳 상주에 머물면서 상주, 안동, 괴산, 그리고 영주, 부산 친구들과 지역 연대체 모임을 가졌으며  이 모임에서 몇가지 대안들이 논의 되었습니다.

논의되었던 주요한 사안은  

1. 매주 토. 일요일 상주보- 안동 마애습지 구간의 낙동 순례를 정기적으로 꾸려 나간다.  
2. 지역 주민들의 연대를 확대하고 피해 지역의 실상을 온, 오프라인으로 알린다. .
3. 평화적이고 수평적인 방법으로 온오프라인에서 공명운동을 활성화 시킨다


지금 이 모임을 준비하는 분들은 대부분 운동 경험이 거의 없는 지역의 농민들이며 저 역시 개인으로 이 모임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다만 자리가 잡힐 때까지 매주 토, 일요일의 순례 안내와 1박 2일 낙동강 순례의 카폐를 제가 운영하기로 하였습니다.

 

순례의 첫날인 토요일 저녁에는 영주의 천경배 신부님의 진행으로 <흐르는 강물, 흐르는 마음 나누기> 라는 주제의 강연과 소통을 위한 시간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침묵이 물처럼 흐르는 곳에서

지난 주말 1박 2일의 낙동강 숨결 느끼기 순례를 끝내고 그 길로 마산 트리피스 수녀원에 다녀왔습니다. 벽을 만지면 침묵이 물처럼 흐른다는 봉쇄수도원이었기에 수도원에 도착하기 전까지 출가하기 위하여 집을 나섰을 때 처럼 마음이 두근거렸습니다. 창원 터미널에서 마중 나오신 원장수녀님과 함께 구불구불 한 산길을 달려 도착한 곳은 붉은 벽돌의 3층 건물이었습니다.  

 

지역기자님 몇 분과 지역주민들께서 오셨지만 제 강의는 봉쇄 기도원 안쪽에서 진행되었기에
그분들은 두 시간 이상을 문밖에서 기다리셔야 했습니다.

그 두시간 동안 침묵의 수도자들과 함께 나누었던 이야기들과 그분들의 눈빛을 말로 전하는
일을 저는 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제가 침묵의 벽을 넘어 가고 그분들이 그 벽을 넘어 오신
이 시대를 역사는 기록 할 것입니다.

 

1박 2일이 주었던 충격

이 길에 마음을 담고 있느냐 그렇다면 이 길은 선하고 좋은 길이다.

 

  출처 : 여행에 관한 인문학적 탐험  http://blog.naver.com/profounddeep/40096230714

간단하게 쓰도록 하겠습니다. 한 마디로 충격이었습니다. 이렇게 좁은 땅덩이리에, 이렇게 멋진 구석이 있었다는 것하고요, 이렇게 멋진 구석을 지금까지 제가 모르고 있었다는 사실에 대해서요. 그리고 추가로 저는 인간 시회에서 다양함에 대한 인정이 얼마나 소중한 덕목이지에 대해서도 새삼스럽게 깨닫게 되었고요.  

제가 다녀왔던 곳은 상주와 예천, 그리고 안동 부근이었습니다. 그렇게 산업화의 물결에도 여전하게 자신의 모습을 지니고 있는 강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내 땅도 제대로 돌아보지 못했다는 자괴감이 절로 들었습니다. 지율 스님의 말씀처럼 제대로 제 땅도 밟아보지 못했으면서 이러컹저러쿵으로 우리의 산하에 투덜을 달았구나라는 생각으로 부끄러웠습니다. 가슴으로 꽉 차 들어오는 강을 바라보면서 가슴이 벅찼습니다.

긴 말을 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무조건 다녀와야 합니다. 보아야 합니다. 가슴에 담아내야 합니다. 마음을 온통 강물로 적셔야합니다.저의 충고에 따라 직접 가서 보신다면 여러분의 가슴은, 마음은 자연스럽게  강물의 흐름에 담아내어지고 적셔질 것입니다. 강물의 그토록 유유자적한 흐름이 여러분의 온 몸을 휘감아 돌 것입니다.

거기에다가 지율스님같은 안내자를 만난다면 덤으로 인생의 무게까지, 아니 어쩌면 인생의 무게를 털어버리는 날개를 달지도 모릅니다. 최소한 강물의 기를 가슴에 쓸어 담아내는 상당한 내공을 요구하는 팁을 거의 공짜로 얻어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우리가 인간이라면 강이 주는 그 자체로, 보는 것 그 자체로 여러분은 반은 득도의 경지에 저절로 도달하게 될 것입니다. 장담합니다.

저는 지금까지 좁은 땅에 태어난 것이 억울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근데 정작 억울한 것은 우리의 강이었습니다. 산하였습니다. 이 땅에서 살고 있는 모든 살아 있는 생명체이고 인민이었습니다. 보는 것만으로도 저의 마음에 자본주의의 개발 논리에 대한 분노가 솟아올랐습니다. 바로 성지였던 것입니다. 룸비니였고 베들레헴이었으며 메카였던 것입니다.

어디 이것이 비단 낙동강 뿐이겠습니까?  철책으로 담장이 들러진  순진한 모습의 임진강을 따라 올라가 보십시오. 섬진강의 구비구비를 김용택의 성경을 옆에 끼고 걸어보십시오. 득도요? 믿음의 체험이요? 장담합니다. 여러분의 가슴에 성령의 역사가 일어날 것입니다. 예수가 왜 요단강에서 세례를 받았는지 이해하실 것이며, 왜 요단강에서 하늘문이 열렸는지 충분히 이해할 것입니다.


길어지고 있네요. 그랜드캐년 멋집니다. 알프스도 죽여줍니다. 뿐만 아니라 우리의 산하도 멋지고 죽여줍니다. 똑같이 하늘님이 창조하신 피조물입니다. 하늘님의 영이 깃들인 창조물입니다. 청컨대 제발 창조물이 창조물을 주제넘게 학대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제가 눈에 담았던 그토록 멋진 모습을 저의 손자의 눈에도 담겨졌으면 합니다. 정말로 안타깝습니다

 [출처] 1박2일이 주었던 충격 - 지율스님과 함께한 낙동강 순례 후기|작성자 glimpseoflife

 

 

 

낙동강을 따라가 보자

크리스마스를 연휴한 지난 주말, 상주를 중심으로 영주, 괴산, 안동, 서울, 부산, 대구,구미, 창원, 남지 등 각처에서 오신분들과 함께 낙동강 물길을 따라 걸었습니다.

초록의 공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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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에는 배를 띄우지 않는다시던 사공님께서 순례단을 위해 특별히 배를 대주셨습니다.
강바람은 차고 매서웠지만 뱃길에 부딪혀 오던 물결의 고요한 철석임을  잊지 못할 것입니다.

출발 전에 "걷는다고 뭐가 달라질까" 하고 묻는 분들이 계셨지만 걸으면서 그런 물음은 잦아들었습니다. 간혹 현수막이나 피켓을 만들어 가지고 오신 분들도 계셨지만 그 펼침막은 가슴에 접어 두자고 부탁을 드렸습니다. 우리의 가슴에 있는 이야기를 꺼내기 전에 먼저 아픈 산하가 우리에게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아래글은 괴산에서 순례에 함께했던 친구가 카폐에 올린 글입니다. 순례에 함께하지 못하신 분들께서도 이 순례의 의미에 동참해주시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옮겨봅니다.

                                                       
..............................1박 2일 낙동강 순례기................................  글쓴이 : 퉁풀


연말인데도 불구하고,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함께 했습니다.많으면 30명 남짓의 사람들이 순례에 참가했는데, 이번에는 뭔 일인지 100여명이 넘는 사람들이 참가하는 바람에 순례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사람들도 정신이 없었던 듯 합니다.


시선이 마주치는 어느 풍경 하나가 가슴을 설레지 않겠습니까!
걸어가는 발걸음 어느 한걸음에 이땅의 숨결이 느껴지지 않겠습니까!
참 아름다운 길과 풍광속에서 헤메이고 또 헤메이던 1박2일의 짧고도 긴 순례길이었습니다.

첫날 저녁에 그 많은 사람들이 한 방에 모여 삼삼오오 짝을 지어 서로의 마음을 나누던 그 시간은 온갖 군상의 무질서 안에서 서로의 한마음을 확인 할 수 있는 귀한 시간이었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한 이야기중에 유독 마음에 들어온 어느 한 단어를 나누는 시간도 좋았습니다.어느 말보다 더 가슴에 다가온 말은 말 중에 쏟아나온 한 줄기의 눈물입니다.마음은 입보다 눈이 더 가까운 듯 합니다.


따스하고 넓은 장소를 한 마음에 내어준 소장님의 짧은 말 한마디도 가슴에 남습니다."이 공간을 내어줄 때 저는 아무 바램이 없습니다" 라는 짧은 한절의 문구가 오래동안 훈풍이 되어 차가운 마음자리 위를 맴돌았드랬습니다.


이틀날 이른 아침 나룻배가 강을 건너오는 모습은 평생 잊을 수 없을 듯 합니다. 아직 날아가지 못한 물안개의 흔적이 물의 흐름을 쫓아 흘러가는 그 공간을 나누며 들어오는 뱃머리의 풍경은 사람을 실어나르는 일이 어떤 일인지를 알게 해 줍니다. 생명을 실어나르는 일이 얼마나 운치있는 일인지를 알려줍니다.

생명을 만지고, 들어올리는 일은 예술이어야 합니다.그 예술을 이해하기도 힘들겠지만, 그 예술을 통해 문명을 일구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새삼 느껴지기도 하고, 이 어리석은 자본의 문명에 대한 연민도 새롭습니다.


여지없이 파괴되어 가는 모습을 쫓느라 정신없이 다녀온 순례길인 듯 합니다. 생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시선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발걸음도 정신을 차리지 못 한 듯 합니다.

돌아오는 자리에서 네번째는 우리가 무엇을 할까를 논의 하고 싶었는데, 참 쉽지 않았습니다. 무엇을 할까라는 생각이 떠 오르지 않으면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을텐데, 강이 무너지는 것을 보고 있는 이 조급함이 이웃을 동지를 몰아 세우는 것 같아 참 그렇습니다.


그냥 느낌 나누기를 합니다. 좋았다. 좋았다.. 좋았다...
운명을 건 한판과 같은 부담감으로는 다시 이 순례길을 찾기는 힘들 것 같다.
너무 짧은 시간 힘들게 강이 파헤쳐지는 장소를 급하게 돌아본 듯 하다.
순례를 다녀오는 동안 타 올랐던 이 마음이 꺼졌다 켜졌다 되지 않게 마음자리를 다잡으려고 합니다. 한번 내어진 마음이 아닌 그 마음을 다지고 다지는 일에 힘을 쏟아야 되겠다.

지속적으로 순례가 진행되었으면 한다. 좀 가볍게 우리 주위의 이웃들과 예술적 그림과 사진으로 만났던 그 풍경에 발을 담그고 흘러가는 강물과 이웃하는 생명의 인드라망속에 내 마음이 드러나 흘러가는 생명의 시와 노래와 마음 나눠지는 자리를 만들자..

그리고 각자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올리고, 제안 할 수 있는 on-line에서의 소통활동을 열심히 하자.
나누는 중에 함께 할 수 있는 생활을 찾게 됩니다."낙동강 순례 느끼기 1박 2일" 이라는 타이틀 대신 "우리 저 강에서 노올자"라는 이름으로 강가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놀꺼리(?)를 만들어, 저 강에 자주 모여 놀면서 우리의 생활속에 정체된 마음과 몸이 흘러가는 강물이 전하는 치유의 메시지를 통해 내가 흐르고, 가족이 흐르고, 이웃이 흐르고, 지역이 흐르고, 대한민국이 흐르고, 아시아가 흐르고, 지구가 흐르고,우주가 흐르게 되는 그날 까지 지속되기를 바라고, 생활하려 합니다.


돌아오는 날도 출발한 날과 같이 눈이 날려 쌓였습니다.
시작과 끝이 한 풍경이니 시작도 없고 끝도 없습니다.

 

 

그리운 날

지난 한해를 돌아보니 빈공간이 참 많습니다.
새해에는 욕심내지 않고 이 공간들을 채워가기를 발원합니다.  

계속되는 한파 소식을 들으며
스케이트를 타고 낙동강을 지쳐 가는 꿈을 꿉니다.  

친구들과 함께 긴 썰매로 달려 보고도 싶습니다.
강에서 얼음치기하던 그때가 꿈같습니다.
강가에 서니 얼음장 터지는 소리가  쩡쩡 납니다.
새해에는 우리 모두 우리의 썰매를 끌고 강가에서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오리섬 이야기

하얗게 눈에 덮여 숨죽여 고요한 현장에서 새해 첫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지금 부터 제가 시작하는 이야기는 어쩌면 너무 무거울 수 있습니다. 제 눈이 보고 있는 것들에 대한 답을 쉽게 찾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고개를 돌리고 외면해버리지 않는다면 우리는 좀더 이 현장의 안쪽으로 들어갈 수 있을 것입니다. 좋은 질문을 가진다는 것이 좋은 답을 구하는 방법이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이 이야기는 마을주민들이 오리섬이라고 부르는 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이야기입니다.

생태공원 조성사업이라는 이름의 에드벌룬이 떠있는 이곳에서 불과 몇일 사이에 수백그루의 나무들이 베어졌고 슬픔을 느낄 겨를도 없이 강바닥을 파올린 모래로 나무들의 무덤을 덮고 있습니다.

이곳에 깃들었던 생명붙이들이 모래 위에 남긴 발자국들도 이제 서서히 지워져 가고 있습니다.

600리 물길을 안고 흐르는 오리섬 상부에도 공사는 진행되고 있습니다.  

아래 이곳의 조감도를 보면 이곳에 깃들던 생명 붙이들이 단 한종도 살아남을 가망이 없어 보입니다.

초록의 공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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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결코 이곳을 잊지 않을 것입니다.
그들이 어떤 선택을 했으며, 우리가 어떤 선택에 함께하고 있는지를.......  

 

 

 

가을이와 하늘이의 순례일기

여섯살, 이제 막 글을 읽혔을 하늘이가 작은 노트에 쓴 이야기는 훔쳐보지 못했지만  
언젠가 이 아이들이 자라서 혹독한 추위속에 걸었던 이 강을 기억하고
아이들의 아이들에게도 아름다운 강 이야기를 전해 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초록의 공명

                                                                                           상주보 전망대에서


가을이와 하늘이는 4대강사업으로 누구보다도 힘든 시간을 보내고 계신 팔당 정농회 가족입니다.
아픔이 아픔에게 말을 건네 준 귀한 시간이었습니다.

초록의 공명

                                                                                       회룡포 전망대에서 가을이

초록의 공명

                                                                             씩씩하게 ㅃㅗㅇㅃㅗㅇ 다리를 건너는 하늘이

피안의 언덕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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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 순례에 참가하신 어느분께서 자신을 초록의 공명 회원이라고 소개하시면서 초록의 공명이라는 메일이 자신을 당황스럽게 했다고 하셨습니다. 이유인 즉, 6년 동안 멜을 받은 것 같은데 한번도 후원이나 회원에 가입하여 달라는 요구가 없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혼자 치열했던 제 삶이 서럽게 돌아봐졌습니다.

어찌 이곳을 흐트리려 합니까

                                                                                      .

제가 초록의 공명이라는 이름의 창을 쉽게 닫지 못했던 것은 문명과 자본의 거대한 톱니바퀴 속에서 과도하게 자연을 파괴하는, 혹은 소유하는 행위가 계속 된다면 이 오리섬에 깃들었던 많은 생명들의 몰락처럼 멀지 않은 시간에 우리도 지구라는 별에서 사라져 버릴 것이라는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하긴 인간이 지구에서 사라질 동원은 무수히 많아 보이고 살아남을 가능성이 희박해 보이는 것이 더 사실적이기는 합니다.

어찌 이곳을 흐트리려 합니까

                                                                                  상주보 가물막이 안쪽의 공사현장

 
위 사진과 영상물을 자세히 보아 주시기 바랍니다.  바닥에는 오니인듯 보이는 검은 흙들이 쌓여 있고 대형 포크레인들이 바다에 드러난 암반을 깨트리고 있습니다. 강의 껍질을 벗기고 이제 강의 뼈대를 건드리기 시작하고 있는 것입니다. (사진을 클릭하면 영상으로 링크 되어 있습니다.)

이 두곳의 보가 들어설 곳은 강의 최상류 지역으로 낙동강의 최고의 비경인 경천대 부근이라는 것을 염두에 둔다면 강바닥을 6m 깊이로 파낸 후 이곳에 배를 띄우겠다고 하는 4대강 개발 계획이 어떤 일인지 이해 할 수 있습니다.  

지난 주 상주보에서 불과 1km정도 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경천교 부근 백사장에 붉은 깃대가 꼿히고 골재체취선이 들어왔습니다. 앞으로 저는 가능하면 날마다 이 현장의 일지를 기록하여 전하려 합니다. 이곳은 자전거 도로와 경천교 위에서 조망이 용이하고 제가 마물고 있는 숙소에서 불과 2km 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지역입니다.  

현장에서 돌아올 때면 머리는 늘 무거워지고 가슴은 터질것 같고 다리는 후들거려 끌고 나갔던 자전거를 팽겨쳐두고 돌아오기가 다반사지만 제 삶이 조각나고 있다는 슬픔따위의 감정을 느낄 겨를도 없습니다. 지금 그들과 저는 결코 피안(彼岸)과 차안(此岸)의 땅에 서있는 것이 아니라 공범[共犯]으로, 공업[共業]의 자리에 서있기 때문입니다.

지난주 열번째 순례를 마쳤고 그동안 800명 정도가 이 현장에 다녀갔습니다. 저의 바람은 오직- 우리가 이 현장에서 눈을 돌리고 멀어져서는 안된다고 하는 것입니다. 그것이 아픔의 땅에 제가 서있는 이유의 전부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진실은 없다. 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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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화요일 낙단보 부근에서 맞닥트린 한 언론사의 취재 현장에서 "진실은 없다. 다만 주관적 사실이 있을 뿐이다"라고 했던 니이체의 말이 문득 떠올랐다. 언론과 언론인이 취할 수 있는 주관적 사실을 통해 객관적 진실이 드러나는 일은 아주 드믈게 실현되는 일이라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

어찌 이곳을 흐트리려 합니까

mbntv의 주민 인터뷰 현장  - 우산을 받쳐들고 계신분은 공사현장의 소장이다.(사진을 클릭하면 촬영 당시 영상과 뉴스영상을 볼수 있다.... 필독)  



다음날 mbn tv의 12시 메인뉴스로 이 현장은 보도되었다. 물론 우산을 들고 비껴서 계신 현장 소장은 화면에 나오지 않았고 헤드라인에는 최근 제기되고 있는 오니문제에 대응하 듯 "오염방지 최선"이라는 표제가 걸렸다. 보도 내용 역시 [현장점검] 이라는 주제를 벗어나 정부가 내놓은 화려한 청사진을 홍보하는 내용으로 일관하고 있었다.


최근 가장 많이 듣게 되는 이야기 중 하나가 '홍보' 혹은 '언론장악'이라는 말이다. 나는 천성산을 통해 여론조작이 정치적으로 뿐만 아니라 더 많은 유인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보았다.

그들은 결코 적대적이지 않으며 우리의 시스템 속에서 우리와 함께 호흡하고 번식하며 살아가는데 아무런 장애도 없다. 가장 절망적인 것은 진실이 드러 날 때 조차도 그 중독에서 헤어나기 어렵다는 것이다.

아래는 상주보에 조감도에 실려있는 청사진이다. 당황스럽긴 하지만 이 황당한 청사진이 시사하는  지점에 우리가 놓여있는 것은 아닐까 반문하지 않을 수도 없다.    

어찌 이곳을 흐트리려 합니까

                                                                                ..

강을 파괴하고 그 위에 세워진 시멘트 기둥을 자연과 신의 선물로 부르는 사람들에 의해 4대강 사업은 계획되고 진행되고 있다. 그리고 그것을 거부하지 않은 더 많은 사람들의 무관심 속에 우리의 강은 원형을 잃고 파괴되고 있는 것이다.  


녹색의 그믈망에 덮여 있는 저 베어진 나무들은 얼마전 까지 우리와 함께 호흡하며 바로 이 강가에 서있던 생명들이었다. 한 나무들의 봄은 우리의 봄이었고 그 나무들의 여름은 우리들의 여름이었다. 그 나무들의 죽음은 바로 계절의 죽음이며 강의 죽음이며 우리들의 죽음이다.  

만일 4대강 개발사업이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강물에 그림자를  드리웠던 단 한그루의 나무도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



한그루의 나무는 1만 그루의 나무들에게 생각과 느낌을 전달하고 1만그루의 나무는 다른 만그루의 나무에게 생각과 느낌을 전달한다고 하는 판도라 행성의 이야기에 공감했던 천만의 관객들에게 호소하고 싶다. 우리의 나무를 지키기 위해 강으로 가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