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노동자

연대란 함께 비를 맞아주는것...

단재21 2010. 7. 1. 19:02

(이글은 교육청본부 자유게시판 이어 글쓰기 여섯번째 이젠가자님의 글입니다.)

 

연대란

우산을 씌워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 비를 맞아 주는것...

 

 

지난 주말 구로공단을 다녀왔다.

이제는 구로공단을 가산디지털단지라고 한다든가?

풋! 개나소나 다 영어이름만 붙여놓고 선진화란다.

기억하고 싶지 않고, 감추고 싶은 부끄러운 과거라도 있나보지...

 

85 구로 동맹파업은 한국전쟁 이후 최초의 정치파업이며, 87 노동자대투쟁으로 이어지는 우리나라 노동운동의 중요 지점이다.

이문렬 같은 극우보수 글쟁이마저도 “구로아리랑”이라는 소설을 쓰게 만들었던 시기였다.

 

다닥다닥 붙어있는 쪽방들을 보며

(참 창문이 작기도 하다!!)

학교 다닐적 내가 자취했던 쪽방촌이 생각났다(우리는 개집이라고 불렀다)

눈을 마주친 옆의 동지도 웃으며 공감한다.(아 이놈이 학교 후배였지...)

아침이면 칫솔을 입에 물고 야외 화장실에 길게 줄을 섰을거다.

샤워는 고사하고 머리 감는 것도 엄청 눈치 봤을거다.

 

옛날 공단시설은 거의가 철거되고

삐까번쩍한 새 건물만이 어깨를 움츠리게 한다.

 

시장통에서 퇴근후 파업을 모의했다던 순대집이 형체만 남아있다.

아마 이곳에서 교육도 하고 밥도 먹고 술도 한잔 하며 울분을 씹었으리라

노동자 숫자만큼 정보형사도 기웃거렸으리라

 

 

기륭전자다.

언제적 기륭전잔가? 6년이 넘게 노상컨테이너를 무단 점거 사용하는 불법을 저지르고 있단다.

어럅쇼? 내 해고 기간도 어느새 그 기간일세 그랴...

 

30일이 넘는 단식에, 고공농성에, 점거농성에,

죽는것 빼고는 다 해 보았다는 독종 중에 독종들이다.

 

최저임금도 안되는 그깟 직업도 직업이라고, 6년이 넘게 투쟁중이라니,

기륭전자 사장님은 을마나 가소로울까... 얼마나 이해가 안 될까...

벌레 같은 것들,,,

 

몇푼의 투쟁기금을 전해드리려는데 기념사진을 찍잰다.

화들짝 놀라서 한사코 손사래,,

아까, 동맹파업의 단초가 되었던 대우어패럴 앞에서 사진을 찍을때하고 똑같은 심정이다.

어찌나 부끄럽든지...

 

집에 와서 송경동 시인의 시집을 다시 본다.

읽고 또 읽는다.

 

다시 부끄럽다.

 

 

 

 

아픈 시절을 위한 위로의 노래

 

                                         송경동

 

평택 미군기지 확장에 반대해 싸우던

대추리에서

평화는 아편이었다

 

법정최저임금보다 10원 많은 월급여 641,850원

정규직 상여금은 600%, 직접고용비정규직은 300%, 파견직은 0%

기륭전자 여성비정규직 천막 앞에서

평등은 공기였다

 

창문 없는 공장

근골격계 질환을 앓으며

양계장의 닭들처럼 기타를 낳다

목 잘린 채 빈공장을 지킨 지 900일

계룡IC 콜텍 공장에서

연대는 단비였다

 

비루한 망루를 쌓았다는 죄로

다섯 명이 불타죽은

용산4가 남일당 뒷골목에서

살아 있는 사람들은

영원한 그리움의 실루엣이었다

 

난 이 아프고 갸륵한 세상을

빼앗기지 않는 몸으로

멍들지 않은 몸으로

잘리지 않은 몸으로

시커멓게 타들어가는 분노없이

건널 자신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