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내기와 행정이야기를 나누다.
권정훈이 2016년 처음쓰고 2019년 약간 고침.
2016년, 20년 만에 처음으로 새내기 공무원과 일하게 되었습니다.
새내기에게 2~3주 정도 다른 일은 안 시키고 일하는 방법을 같이 공부하기도 하고 스스로 학습하게 했습니다. 학교에서 2~3주 정도 일 안하고 공부를 할 수 있는 여건이 잘 안 되는데 우리학교는 그게 되었으니 우리 새내기는 억수로 운이 좋긴 합니다.
맨 처음, 새내기에게 행정이 뭐라고 생각하는 지 물었습니다.
우리가 학교에서 하는 일이 모두 행정이므로 행정에 대해서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죠. 또, 행정에 대해 고민하다보면 어떻게 일을 해야 될지 가늠할 수 있으리라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행정이 뭘까요? 행정을 다른 말로 공공관리라고도 합니다. 공공은 무슨 뜻인지 알테고. 관리(管理)는 국어사전에서 어떤 사무를 맡아 처리하고 관할하는 것이라고 설명하는데 머리에 쏙 들어오지는 않죠.
‘管’자는 ‘일을 맡아서 한다.’는 의미이고 ‘理’자는 구슬[玉]의 무늬[里]가 잘 나타나도록 다듬거나 바르게 한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관리는 일을 맡아서 잘 다듬거나 바르게 한다는 뜻이 되고 학교 행정은 학교 일-교육이나 학교가 돌아가게 하는 일-을 잘 되게 만드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학교 행정을 잘 할 한다는 건 교육이나 학교가 잘 돌아가게 하는 것이지요.
요컨대 잘 돌아가게 하는 것이 제일 우선해야 되는 원칙이지 법규만 잘 지키는 것이 우선될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새내기에게 행정을 이루는 뼈대가 두 개 있다고도 말해줬습니다.
하나는 지원이고 다른 하나는 통제입니다.
학교에서 교직원이 물건 구입해 달라면 계약하거나 주문해서 구입해 주는 일은 지원이
고 학교 예산을 과목에 맞게 써야 한다고 교직원에게 말하는 것은 통제입니다. 또, 시설을 쾌적하게 유지하고 보수하는 일은 지원이고 시설을 이렇게 저렇게 사용해 달라고 교직원에게 요구하는 것은 통제입니다.
예산을 과목에 맞지 않게 쓴다면 정작 필요할 때 원래 예산을 쓸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시설을 아무렇게나 사용한다면 보수하는 비용이 높아지고 다른 사람이 사용하기 불편해지기도 합니다. 그러니 지원도 잘 해야 하고 통제도 제대로 해야겠지요. 둘 다 필요합니다.
그런데, 잘 생각해보면 예산 통제도 예산을 잘 쓸 수 있게 지원하기 위해 필요하고 시설 통제도 다른 사람이 시설을 잘 쓸 수 있게 지원하기 위해 필요하다는 걸 알 수 있을 테지요. 결국 통제만을 위한 통제를 해서는 안 되고 지원을 위한 통제가 되어야 한다는 뜻이 됩니다.
지원을 위한 통제를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새내기에게 다음과 같이 말해 줬습니다.
『어느 교사가 “교사는 수업만 하면 되지 왜 품의 같은 걸 교사가 해야 되죠? 그냥 행정실에서 사주면 안 됩니까?”라고 말했다 칩시다.
“아니 뭐 그런 걸 물어욧!! 당연히 해야 되는 거 아닙니까? 학교에서 1~2년 근무했습니까?”라고 답한다면 지원을 위한 통제가 아닙니다. 품의라는 절차를 지키라고 요구하는 것이 통제인데 같은 통제라도 다르게 할 수 있습니다.
“품의는 의논하는 과정입니다. 학교 예산은 개인 돈이 아니며 우리 모두의 돈입니다. 누구 한 사람의 결정으로 돈을 사용할 수 없지요. 그래서 다른 사람과 이 물건을 왜 사야하는 지 그렇게 사도되는 지 의논해야 합니다. 왜, 그렇게 사야 되는 지 아는 사람은 그걸 사려는 사람 아닌가요? 그러니 선생님이 품의를 하셔야죠!!”라고 답하면 이게 지원을 위한 통제입니다.
지원을 위한 통제는 지원 받는 대상이 통제 당하는 이유를 알 게 해 주는데서 시작합니다.』
지원을 위한 통제를 하려면 업무를 제대로 알아야 하겠지요. 모르면 설명을 못 할 테니 말입니다. 그러면서 품의의 뜻을 설명해 주었습니다. 품의는 여쭐 품(稟)에 의논할 의(議)로 윗사람에게 의논한다는 뜻입니다.
업무에 대해 잘 알려면 당장에는 업무 하는 방법을 배우는 게 급하겠지만 그렇더라도 왜 이렇게 해야 되는 지 끊임없이 질문을 하면서 답을 찾아 봐야 한다고 새내기에게 말해줬습니다.
새내기 어려분도 꼭 끊임없이 “왜”라고 질문해 보세요. 틀림없이 일을 빨리 제대로 배울 수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