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감사의 문제점과 개선 방향
이수훈*1)
1. 글을 시작하며
우리 사회가 아무리 도덕적으로 타락했고 부패했다고 하더라도 교육계만큼은 깨끗함을 유지했으면 하는 것이 우리 모두의 바람이다. 그러나 언론을 통하여 연일 보도되는 각종 부패관련사건을 분석해 보면 교육계도 결코 예외가 아님을 알 수 있는데 이는 대단히 슬프고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어느 조직이든 조직의 부패방지를 위한 통제장치의 하나로 감사기구를 두고 있고 교육기관 역시 내부적으로 감사부서가 존재하여 “자체감사 기능 강화를 통한 교육계 부조리 근절”을 목표로 그 임무를 수행하고 있지만 부패발생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그렇다면 여기서 우리는 감사의 기능과 역할에 대해 강한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다. 각 시․도교육청 및 지역교육청에서는 일선학교에 대해 주기적으로 감사를 실시하고 또한 지적사례를 매년 알려 주의를 환기시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왜 같은 유형의 부조리가 계속 반복되고 있는가? 그 원인에 대해 여러 가지 접근방법과 다양한 견해가 있을 수 있지만 여기서는 일선학교에서 근무한 경험을 바탕으로 학교 감사에 대한 현실적 문제점을 진단하고 그 개선 방안을 찾아보고자 한다.
2. 학교 감사의 의미와 현황
감사라 함은 일반적으로 감독하고 검사하는 것으로 이해되고 있다. 감독은 소속기관이나 직원이 소관업무를 법규에 따라 합목적적으로 수행하고 있는지에 대하여 감시하고 지시ㆍ명령 또는 제재를 하는 것을 의미하며, 검사는 회계검사 또는 회계감사를 의미한다.1) 여기서 학교 감사라 함은 일선학교(초․중등학교)에 대한 상급기관의 자체감사활동의 의미로 사용하고자 한다. 학교에 대한 자체감사활동이란 회계 또는 복무분야를 확인․점검하는 것에 국한되지 않고 학교에서 일어나는 모든 행정 및 교육활동을 종합적으로 점검하는 활동을 말한다.2) 공공분야 감사기관으로서는 대통령 소속하의 독립관청인 감사원이 있고 중앙 및 지방의 각급 행정기관은 그 소속기관의 감사를 담당하는 자체 감사담당부서를 두고 있는데 자체감사의 목적은 행정기관내부의 자율적 통제를 통하여 그 잘못을 스스로 시정하고 개선책을 마련하는데 있다고 할 수 있다.3) 교육기관의 자체감사기구로는 교육인적자원부에 차관 직속의 감사관이 있고, 시․도교육청에는 부교육감 직속의 감사담당관이 있으며, 지역교육청의 경우 대개 총무담당부서에서 감사업무를 수행하고 있으나 규모가 큰 곳은 감사전담직제를 둔 곳도 있다. 고등학교에 대한 감사는 시․도교육청에서 직접하고 유치원과 초․중학교에 대한 감사는 관할 지역교육청에서 담당하고 있는데 종합감사의 경우 보통 3년 주기로 실시하고 있다. 감사일정은 각 학교별로 3일을 원칙으로 하고 소규모학교는 2일 만에 끝내는 경우도 있다. 감사반 편성은 감사반장을 포함하여 교육행정직인 감사담당공무원 3~4명으로 구성되고 교수학습활동 등 학사부분에 대한 감사를 위해 교육전문직(장학사) 1명이 전담 또는 배속되기도 한다.
3. 학교 감사의 문제점
가. 감사기구의 독립성 결여
학교 감사의 문제점 중 하나는 상급기관에 의한 자체감사이다 보니 감사기구의 독립성이 결여되어 본연의 업무수행에 충실을 기하기 어렵다는 점을 들 수 있다. 감사활동이 본래의 기능을 다하기 위해서는 감사자와 피감사자 사이에 독립성이 유지되어야 한다. 만약 이러한 독립성이 유지되지 못한다면 감사활동은 직․간접으로 영향을 받게 되어 감사활동의 위축을 가져오지 않을 수 없으며4), 경우에 따라서는 감사가 오히려 부패를 더욱 조장하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 현실적으로 자체 감사담당 공무원들은 그들이 감사를 해야 할 수감기관의 구성원들과 동류집단이며 인사에 있어서 서로 교류되고 다른 업무 부서로 순환 보직되는 관계에 있다.5) 그리고 교원들과의 관계에 있어서도 학교에서 교장과 행정실장의 지위로 함께 근무하였거나 함께 근무할 수 있다. 따라서 감사자나 피감사자는 결국은 같은 기관 소속의 동류 동질의 집단으로서 이들은 서로 인간적인 유대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이유로 과거에는 일선학교에 대한 정기 종합감사를 할 때에 감사관들이 수감기관으로부터 향응을 제공받고 금품(사례비)을 수수하는 일이 발생하기도 한 것이다. 이러한 사례는 이젠 없어졌을 것으로 믿고 싶지만 2004년 9월에 교육행정전문사이트를 통하여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아직도 일부 지역에서는 그러한 악습이 남아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때 제공된 금품의 정도는 식사접대비를 제외하고 30만원 내외가 가장 많았고 100만원 이상을 제공했다는 응답도 있었다.6) 조직의 파수꾼이며 소금인 감사관이 수감기관으로부터 금품을 제공받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 향응의 비용이나 금품 자체도 정당하지 못한 방법으로 마련되는 것이 보통인데 회계부정에 의해 만들어진 부정한 돈으로 향응을 제공받고 금품을 수수한다는 것은 회계부정을 저지르도록 용기를 주는 것과 다름이 없다. 이는 회계관련자들에게 감사를 받아도 별 문제없다는 ‘부정불감증’을 심어주어 회계부정의 구조화 및 대형화를 초래하게 된다.7)
그리고 금품을 수수하지는 않더라도 독립성 결여에 따른 동류의식은 피감사자와의 친소관계에 따라 감사의 강도가 달라지는가 하면 골치 아픈 일을 기피하여 마땅히 지적하여야 할 것은 그냥 넘어가고 단지 감사를 했다는 표시로 삼기위해 그냥 넘어가도 좋을 경미한 사항은 지적하는 웃지 못 할 일들을 만들어 내고 있다. 사실 남의 잘못을 파내서 비판한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며 감사직무를 원칙대로 잘해봐야 욕을 먹기 십상이고 모난 사람으로 매도당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감사관도 사람이므로 현실적 관행에 순응하여 적당한 수준에서 대접받고 대충 넘어가는 것이 조직 내의 미덕이요 상부상조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잘못된 행위를 하고도 감사에서 그냥 넘어가면 ‘해도 괜찮은 일인가보다’라고 생각하고 그것을 교과서로 삼아 더 간 큰 짓을 하려고 하는 일부 학교장들이 현실적으로 존재하듯이 인정에 얽매인 덮어주기식 감사는 부패행위에 면죄부를 주어 부패를 더욱 조장하는 비극적인 결과를 초래하는 것이다.
나. 형식적 합법성만을 따지는 감사방법의 한계
학교 감사란 감사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고 학교의 모든 행정 및 교육활동 중 잘못된 것을 찾아내어 시정함으로서 궁극적으로 교육목적 달성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한다. 그렇다면 감사는 “어떤 행위가 과연 정의에 합당한 것인가? 그리고 그것이 교육목적을 위해 필요한 것인가?” 등 좀 더 실질적인 내용에 초점을 두어야 마땅할 것이다. 그런데 감사의 현실은 실질적인 내용에 대한 진지한 고민 없이 수감서류 옆에 법전을 펼쳐놓고 서류작성의 절차와 방식이 단지 어느 법 조항에 위반되는지 여부만을 찾고 있는 행태로 진행되고 있다. 이렇게 감사가 형식적 합법성 위주로 행해지다 보면 정작 큰 잘못은 놓치고 오히려 칭찬해 주어야 할 것은 지적하는 오류를 범하기 쉽다. 이는 감사결과만을 위한 감사에 다름 아니다. 다음은 이와 관련한 한 가지 사례이다.
「어느 학교에서 교육용으로 골프연습장공사를 했는데 최소 3천만원이 소요되는 공사에 교육청에서 자금이 1230만원밖에 배부되지 않아 부득이 직영처리하게 되었다. 교육청시설계에선 설계의뢰를 받지도 않고 업체에서는 그 돈으론 어림없다고 공사를 맡으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할 수없이 공사업자 출신인 학부모의 협조아래 골프장 지주(전주)를 할인하여 구입하고 자재를 직접 사다가 공사를 시작해서 기술을 가진 학부모들의 무료봉사협조를 구해 겨우 완성을 하였다. 이때 교장, 교감과 행정실장을 비롯한 행정실 직원들이 한 달 이상 막노동을 하며 거들었다. 그런데 그 후 이에 대한 감사를 하면서 직영계획서를 작성치 않았다는 이유로 처음엔 경고를 주겠다고 하더니 주의처분을 하였다. 결국 땀 흘려 노력하여 공사비 1770만원을 절약한 대가가 단지 서류작성의 흠결을 이유로 겨우 경고를 면하고 주의처분을 받는 씁쓸한 결과로 돌아온 것이다.」
다음은 비슷하면서도 이와 반대방향에서 보는 또 한 가지 사례이다.
「시골의 작은 학교인데 ‘돌아오는 농촌학교’라는 사업으로 교육청으로부터 수억원의 예산을 지원받아 여러 가지 공사를 실시하였다. 그중 골프장공사는 탈도 많고 말도 많았다. 일일이 밝힐 수는 없지만 학교장이 아는 업자를 데려와 서류를 조작하여 예산을 횡령하였다. 평소 학교장의 부당한 지시(가짜 서류 작성)를 거부하기 힘들어 동조할 수밖에 없었던 행정실장은 후에 감사를 받을 때에 나랏돈을 함부로 생각하는 학교장의 행동에 제동을 걸기위한 궁여지책으로 차라리 자기에게 경고처분을 해달라고 자청하였다. 그러나 감사결과 골프장공사건에 대해선 아무런 처분도 하지 않았다. 업자가 마련한 공사 관련서류가 형식적으로 완벽했기 때문이다.」
지면관계상 다 소개할 수는 없지만 이와 같은 사례는 무수히 많다. 회계부정을 방지하기 위해 각종 법령에 통제장치를 두고 감사는 이에 따라 합법성 여부를 따져 묻지만 아무리 법령에 통제장치를 철저히 한다고 하더라도 항상 이를 악용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형식적 합법성 위주의 감사는 한계가 있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양심과 소신에 따른 것일수록 감사에서 지적당하는 기막힌 일이 많이 발생하는데 왜냐하면 양심에 떳떳한 것은 대개 있는 사실 그대로 계약관련 문서를 작성하므로 절차상 흠이 있거나 형식상 허술한 면이 있는 반면, 비리가 있는 것은 항상 감사를 의식해서 문서를 작성하므로 형식상으로는 완벽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일선학교에서 평소 업무를 수행함에 있어 형식적 합법성 위주의 감사행태를 지나치게 의식하다보면 교육활동 지원을 위해 마땅히 해야 할 업무상의 재량마저 축소되어 교원과의 갈등이 발생하고 수단과 목적이 도치되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다. 회계감사 편중의 감사활동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학교 감사의 대상은 학교회계관련 업무에 국한되지 않는다. 학교 감사는 학교의 행정 및 교육활동에 대해 종합적으로 점검하는 것으로서 어찌 보면 교수학습을 근간으로 하는 직접적 교육활동이 더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감사행태는 회계감사에 편중된 것이 사실이다. 학교조직이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목표는 양질의 교육활동 과정을 통한 교육수요자와 지역사회의 성장인데 감사활동이 회계관련 계약업무나 교직원 복무상태를 점검하는 수준에 머무는 것은 지극히 단편적이고 지엽적인 것으로 주객이 전도된 것이다. 이러한 편면적 감사행태는 교육활동분야에 대한 감사업무에서 시스템적 결함 내지는 단절을 초래함으로서, 교육활동영역이라는 것이 감사과정을 통하여 충분히 조사․점검․평가 되어야 할 분야임에도 불구하고, 여기에서 일어나는 교육활동과정상의 위법․부당의 문제, 기관운영과정상의 비효율․비능률의 문제, 교육활동과 관련한 계획․목표의 미달 문제 등 제반 불합리적 요소들에 대한 확인과 개선․발전의 기회를 잃어버리게 된다는데 문제가 있다.8) 그리고 교육활동부분에 대한 감사는 감사반에 편성된 장학사 1명이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실정인데 장학사로서 본연의 장학행정관련 업무처리에도 시간적 제약이 존재하고 있는 상황에서 추가로 감사업무까지 담당하는 것은 필연적으로 교육활동 관련 감사업무의 부실화로 이어지게 된다.9) 게다가 교원에 대한 동업자 정신 내지 동류의식으로 인하여 교육활동의 일부분인 학사업무에 대한 감사마저 소홀히 하는 경향이 있다.
4. 학교 감사의 개선 방향
가. 감사 전담 직제의 독립 및 감사요원의 전문화
자체감사기구의 독립성 결여에 따른 문제점 해소를 위해서는 시․도교육청 및 지역교육청소속의 감사담당공무원을 모두 독립관청인 감사원소속으로 하여 감사업무의 통일을 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렇게 완전한 독립성을 이루려면 국가기능 전체를 손봐야 하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으므로 차선책으로 그 나름대로의 독립성을 유지하는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즉 현재 지역교육청 교육장 소속하에 있는 조직을 시․도교육청의 교육감직속으로 독립화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감사담당공무원이 소신 있는 내부통제 기능수행과 자체감사기능을 원활히 수행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이를 위해 현재 부교육감 소속하에 있는 시․도교육청의 감사전담기구(감사담당관)를 교육감 직속으로 개편하고, 지역교육청의 산하기관에 대한 감사기능도 교육감이 총괄해야 한다. 이와 함께 감사요원을 전문화해야 한다. 현재 감사담당공무원은 내부의 교육행정직 중에서 선발하여 보통 2~3년 근무하다가 다른 보직으로 전보되는 것이 상례이며, 감사요원으로서 전문성이 확보되지 않은 자가 감사담당공무원으로 임명되어 투철한 소명의식이 결여 된 체 형식적이고 소극적인 감사업무 수행을 하다가 그 직을 떠나고 있는 것이 통상적이다. 감사요원의 전문성 확보를 위해서는 안정적인 장기 근무를 할 수 있도록 시․도교육청에도 감사직렬을 신설할 필요가 있는데, 그 방법은 일정한 자격요건을 갖춘 자를 대상으로 공개채용의 형식으로 채용하거나 소속 지방공무원 중에서 일정한 선발기준에 따라 선발․전직하여 8년 내지 10년의 기간 내에는 전보제한을 두는 방안이다. 그밖에 앞서 언급한 감사의 부패만큼은 비록 조그만 것이라도 결코 용납해서는 안 된다.10) 감사직은 조직이 썩는 것을 막는 소금이며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잘못을 감시하는 조직의 파수꾼인 것이므로 조직의 소금으로서 제 역할을 다하려면 감사담당공무원에게는 좀 더 엄격한 윤리적 기준이 적용되어야 한다. 감사담당공무원에게 높은 청렴성을 요구하는 것은 감사할 때 인정사정없이 후벼 파라는 얘기가 아니다. 감사는 부정을 적발하는 것보다 부정이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체제를 유지하는 것이 더 중요하므로 부정을 예방하려면 조직 구성원의 행위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감사담당공무원부터 자신의 직분과 명예를 굳건히 지켜야만 한다는 것이다. 전문화된 감사요원들의 강직한 몸가짐은 그 자체만으로도 수감기관의 일탈행위를 사전에 통제하고 비리를 상당히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
나. 실질적 내용감사로 전환과 비리행위자에 대한 엄벌
감사관이 엄격하게 감사를 실시한다고 하더라도 수사기관이 아닌 감사직무의 한계상 형식적 합법성에 맞추어 서류를 완벽하게 꾸며놓으면 회계부정을 밝혀내기가 사실상 어렵다. 그러나 그렇다고 하여 감사가 회계서류의 형식적 합법성 준수여부를 검토하는 수준으로 끝내서는 안 된다.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서류의 완벽함이 내용의 정당함을 보증해주는 것은 아니며 형식적 감사는 부정한 행위에 면죄부를 주어 오히려 부패행위를 조장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감사관은 감사를 함에 있어 형식적 합법성 준수여부를 살펴보는 것도 물론 필요하겠지만 그에 못지않게 내용의 정당성여부에 대해서도 고민할 수 있어야 한다. 숙달된 감사관은 서류의 냄새만 맡아보아도 그 내용이 정당한지 여부를 직관적으로 감지할 수 있다. 감사요원의 전문화를 요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기도 하다. 감사관은 자신이 갖고 있는 전문지식과 평소 수집한 수감대상자에 대한 첩보를 바탕으로 수감 서류의 내용을 검토하고 현장을 확인하는 한편 강한 의심이 들 때는 계약 상대방까지도 조사하는 입체감사도 실시하여야 한다. 그리하여 어느 정도 부패혐의가 들어나면 필요에 따라 과감하게 수사기관에 고발조치도 하고 비리가 확인되면 엄중하게 처벌하여야 한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할 수가 있기 때문에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에 대해서는 차후 시정을 하도록 현장에서 지도하거나 주의를 촉구하는 선에서 그쳐야겠지만, 뇌물수수나 업무상 횡령 등 고의에 의한 불법행위가 밝혀지면 반드시 그에 상응한 처벌을 하여 주위에 경종을 울려야 한다. 불법행위의 정도가 위중함에도 “오랜 기간 교육에 헌신한 공로를 참작하여 어쩌구”하면서 어물쩍 넘어간다든지 이미 퇴직했으니 불문에 부친다고 하는 것은 감사가 제 역할을 포기하는 것으로서 매우 옳지 않은 일이다. 그리고 교육 관련 부조리 발생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기관이나 업무분야에 대하여 종합적으로 감사를 실시하되, 문제 적발에 치중하여 처벌하고 실적을 올리는 감사방식을 지양하고, 내용을 심사하여 잘한 부분에 대해서는 우수사례로 널리 알리며, 기관의 목적 수행을 위한 업무가 올바른 방향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예방하고 제도를 개선하는 방향으로 감사를 실시하여야 한다.
다. 감사대상 영역의 적절한 균형유지
교육활동영역은 학교 감사 영역의 범위에서 제외되어서는 안되는 중요한 부분이면서 교육활동의 전문성이나 특수성에 따른 한계문제 또한 존재하고 있다. 교육활동의 결과는 쉽게 양적으로 계량화 되지 않는 분야가 대부분이며 단위학교에서 벌어지는 교육의 전 과정을 제3자의 입장에서 분석하고 검토한다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현재 단위학교의 교육활동과 관련하여 실시되고 있는 교육활동분야에 대한 자체감사 행태는 단위학교 교육활동의 질적 개선에 별다른 기여를 하지 못하고 있다는데 본질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으며, 이러한 문제는 자체감사활동 역시 광의의 교육행정활동의 일환이라는 좀 더 거시적이고 포괄적인 역할론의 입장에서 감사업무자체가 개선되어져야하고, 또한 실제 학교현장에서 진행되고 있는 감사활동 과정에 대한 패러다임의 전환을 통하여 교육활동 영역에 대한 자체감사의 한계문제를 지속적으로 극복 내지 발전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11)
그리고 감사와 유사한 학교평가, 종합장학 등의 활동은 각각 분리되어 독립적으로 시행되고 있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학교교육의 질 관리 기제라는 서로간의 유사 ․중복기능도 상당히 존재하고 있어 많은 인적․물적 자원의 낭비가 초래되고 있는 실정이므로12) 이 세 활동의 연계 내지는 유사기능의 통폐합이 필요하다고 하겠다.
5. 글을 맺으며
과거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부패국가라는 오명을 쓰고 있었다. 지금도 그 오명에서 완전히 벗어난 것은 아니지만 우리사회가 점차 맑아지고 있다는 증거는 여러 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세상이 다소 혼란스럽고 시끄럽게 보여도 민주화의 꽃은 만개하여 점차 성숙의 단계에 접어들고 있으며 사회 각 분야의 투명도 또한 높아지고 있다. 과거 지저분한 곳의 대명사였던 고속도로 휴게소의 공중화장실이 철저한 관리로 인해 눈에 띄게 깨끗한 곳으로 변했듯이 과거 당연시 되었던 부조리한 관행은 이제 부끄러운 일로 인식되어 점차 사라지고 있음은 다행한 일이다. 교육계 또한 맑아지고 있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나 아쉽게도 사회 다른 분야에 비해 앞서 나가지는 못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더구나 대단히 안타까운 것은 일부 초등학교 교장선생님들의 사고가 사회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리베이트나 커미션 등 일선 학교에서 발생하는 관행적 부조리는 학교장의 의지만 있으면 쉽게 없앨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떤 분들은 아직도 과거의 악습을 버리지 못하고 소위 비자금 조성행위를 당연시하는가 하면 심지어 이를 학교장의 능력이라고 해석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이는 교육계에 대한 불신의 원인이 될 뿐만 아니라 오직 교육자적 양심으로 2세 교육을 위해 헌신하는 대다수 교장선생님들의 가슴을 멍들게 하는 것으로서 지탄 받아 마땅한 일이다. 비록 일부일지라도 이렇게 관행적 부조리가 여전한 것은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학교 감사의 허점이 일조한 측면이 있다. 학교 내의 부조리 척결을 위해서는 위와 같이 현행 학교 감사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지만 그것만 가지고는 불충분하며, 예 결산 공개뿐만 아니라 필요하다면 지출증빙서까지도 자진 공개하는 등 공개행정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가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학교 구성원 모두의 사회변화에 따르는 의식개혁과 교사들의 교수학습활동에 대한 정당한 평가도 교육계의 신뢰회복을 위하여 꼭 필요한 것이다. 원칙과 상식이 통하는 투명하고 정의로운 사회구현을 위해 초등학교 교장선생님들이 좀 더 앞장서 주시기를 간절히 바라며 글을 맺는다.(lesus@edunet4u.net)
* 한국청백리교육행정연구회장, 김해 삼정중학교 행정실장, 법학박사
1) 경상남도교육청 교육행정감사편람, 1998. 7쪽.
2) 전상도, “단위학교 교육활동과 관련한 자체감사활동에 대한 비판적 고찰”, 감사원연구보고서 감사논집, 2006, 76쪽.
3) 이상진, “행정감사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에 관한 연구”, 부산대학교 행정대학원 행정학석사학위논문, 1989, 31쪽,
4) 위의 논문, 34쪽.
5) 현재 감사담당공무원을 동일한 소속기관의 구성원 중에서 선발하여 임용함에 따라 한때는 동료직원이었다가 어떤 때는 감사자와 피감사자로 위치가 달라지게 되고, 직위상 상하관계에 있었던 사람들이 감사자와 피감사자사이로 위치가 달라지는 경우도 있다.
6) 이수훈, 교육기관 비자금 관련 설문조사 종합분석 보고서, 한국청백리교육행정연구회 2005년 정기세미나 자료집, 87쪽.
7) 실제로 부패행위를 상습적으로 하는 일부 기관장 등은 감사만 잘 넘기면 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고, 감사직후에 부패행위가 더 많이 발생한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8) 전상도, 앞의 논문, 77쪽.
9) 위의 논문, 76쪽.
10) 형법은 현재의 위난을 피하기 위해서 보통사람에게는 긴급피난을 허용하는 경우라도, 군인․경찰관․소방관 등과 같이 그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서 마땅히 일정한 위난을 감수해야할 의무가 있는 자에게는 긴급피난이 허용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공무원의 관행적 부패가 어느 정도 사회적으로 묵인되는 경우라도, 그것을 막아야 할 책임이 있는 감사직에게는 부패관행을 용납할 수 없는 것이다.
11) 전상도, 앞의 논문, 103쪽.
12) 위의 논문, 6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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