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노동자

행정실 통폐합의 진실

단재21 2011. 8. 22. 11:33

 

행정실 없애는 건 교원업무경감 방안이 아니다.

경기도에서 시작된 행정실 통폐합이 전라도를 거쳐 다시 경기도에서 이어지고 있다.

지난 6월 교원업무경감 토론회에서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행정실을 없애고 교무실과 통합하는 걸 아주 혁신적인 교원업무경감 방안이라 주장했다.

그 때 나는 토론자로서 그들에게 분명히 말했다. 행정실 없애는 건 혁신적인 방안일 수도 없고 새로운 방안도 아니다.

왜냐면 경북에서는 학교의 공간이 부족해 행정실이 없이 교무실에 근무하는 행정직원도 많다. 그리고 행정실이 있어야 업무 능률이 오르기 때문에 행정실을 새로 만들 공간 확보하려고 노력하는 실정이기 때문이라고.

실제로 적은 인원이 행정실에서 일하다보니 손님이라도 와서 인사를 하고 얘기를 나누면 하던 일이 중단되고 진행이 잘 안 된다. 교무실에서 일하는 행정직원은 더 그렇다. 수시로 교사와 학생, 손님이 드나들면 근무시간 중에 일이 될 수가 없다.

그런 이유로 경북에서는 행정실을 만들 수 있는 공간 확보가 정말 어려운 학교는 외부와 약간의 차단을 할 수 있는 칸막이라도 설치하고 있다.

칸막이 설치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그런데도 이런 사실을 알고 싶어 하지도 않는 경기도교육청은 모르쇠하면서 행정실 없애는데 힘을 기울이고 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런 식으로 무식하게 나오는데는 이유가 있어 보인다. 나는 그 이유를 두 가지로 보고 있다.

 

교원업무경감 실패를 행정실 없애는 걸로 만회하자.

경기도교육청은 교원업무경감의 성과를 내는 데 사실상 실패했다.

교원업무경감을 성공하기 위한 조건은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학교의 행정 업무(교원이 해야 하는 행정업무가 포함됨.)를 줄이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적정 인력을 추가로 확보하는 것이다.

그래서 교원업무경감의 핵심은 무엇을, 어떻게 줄이느냐와 바뀐 행정 여건에서 어떤 인력이 학교에 필요한 지를 동시에 논의하는 것이다.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

그런데도 경기도교육청은 단숨에 성과를 내기 위해 이것 저것 말도 안되는 방안을 내놓으니 업무경감에 성과가 있을 리 없다.

눈에 확 띄면서 교원업무경감을 위해 뭔가 하고 있는 듯이 보이는 일을 찾다가 행정실 없애는데 퓔이 꽂혔지 싶다.

대체로 이런 이유로 경기도교육청이 행정실을 없애려는데 여기에는 경기도교육청이 생각했는지 미처 생각하지 않았는지 모르지만 또다른 중요한 진실이 있다.

 

행정직원을 수족처럼 부리고 싶은 교감의 숙원을 풀자.

경기도교육청은 행정실을 교무실로 통합하니까 일선학교에서 업무효율이 높아졌다는 반응이 있다고 말한다.

어떤 근거를 가지고 그런 소리를 하는 지 알 수는 없으나 우리가 보기엔 웃기는 소리다.

웃기는 근거는 위에 이미 설명했다.

만일 행정실을 통합하는 대신 교감 자리를 없애고 교무행정이나 장학행정을 전담하는 교사를 배치해 보라. 그러면 교사들은 교원 업무 경감으로 기뻐서 춤을 줄 것이다.

위에서 행정실 통합에 숨어 있는 진실하나로 교원 업무 경감 실패를 행정실 통합으로 만회해 보겠다는 술수라고 했다.

진실 두 번째는 교원업무경감이라는 이름으로 행정직원을 수족처럼 부리고 싶은 교감의 숙원을 풀자는 속셈이 행정실 통합에 들어 있다.

어떤 이들은 행정실 통합이 진보교육감이 있는 교육청에서 시작되었으므로 전교조 때문이라고 억지소리를 하기도 한다.

하지만 행정실 통폐합을 전교조 탓이라고 볼 수 없다. 무식한 도교육청 탓이라고 말하는 게 정확하다. 위에서 설명했듯이 교원업무경감 성과를 보여주고 싶은 도교육청의 잘못이다.

전북도교육청 소속 어느 초등학교에서 행정직원 몰래 행정실을 교무실로 통폐합 한 학교가 있다. 교감이 이를 주도했는데 그 교감은 전북교총의 간부라는 후문이다.

김상곤 교육감이나 경기도교육청은 교원업무경감의 성과를 만들고 싶겠지만 행정실 통폐합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전북도교육청 교감 사례에서 깨달아야 한다.

전북 교감의 사례는 행정실 통폐합의 두 번째 진실을 보여준다.

다수의 교감들은 늘 행정실장을 비롯한 행정직원을 수족처럼 부리고 싶어 했다. 어렵게 교감 고시를 통과해서 교감이 되었으므로 교사든 행정직원이든 학교에 있는 직원들은 교장 다음으로 교감이 부려 먹고 싶다.

교사는 근평과 연관이 있어 어느 정도 교감 뜻대로 되는데 행정직원은 맘대로 안된다. 배알이 꼴린다. 방법은 행정실을 교무실로 통폐합하고 행정직원 근평권이 교감에게 없으므로 일단은 나이로 누르고 시간 지나면 근평권을 교감이 가져서 부려 먹으면 되는 것이다.

김상곤 교육감은 이렇게 해서라도 교원의 업무를 경감하고 교사들이 행정 업무 부담 없이 교육에 전념할 수 있으면 좋은 것 아니냐고 생각하는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천만에 말씀이며 웃기지 마소이다.